GOZNERS INTERVIEW #002, 1 MAY 2026
@p_ashan1
**자연과 교감하는 멀티피치 클라이머 박지민**
로프 하나에 의지해 거대한 자연 암벽을 오르는 멀티피치 클라이밍. 어쩌면 인간이 자연과 가장 가까이서 몸을 맞대고 대화하는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매끈한 인공 홀드 대신 수억 년의 시간이 빚어낸 바위의 거친 결을 손끝으로 읽어내며,
온몸으로 수직의 세계를 경험하는 클라이머 박지민님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
1.
처음 실내 암장이 아닌 진짜 자연 바위 앞에 섰을 때 어떤 감정이었나요?
색깔 있는 홀드 대신 거친 바위의 결을 스스로 읽어내야 할 때, 그 압도적인 자연 앞에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해요.
첫 멀티피치 등반은 2023년 인수봉 인수 B코스였습니다. 당시 처음 마주한 인수봉은 정말 거대하게 느껴졌어요.
단순히 실제 크기 때문이라기보다, 처음 자연 암벽에 들어섰을 때의 긴장감과 두려움 같은 심리적인 요소가 더해져서
바위가 저를 압도하는 느낌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3년 정도가 지난 지금 다시 인수봉을 바라보면, 예전만큼 거대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제가 조금씩 경험을 쌓고 성장했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죠.
그래서 지금의 목표는 미국 요세미티의 엘 캐피탄입니다.
처음 인수봉을 마주했을 때처럼, 또 한 번 압도당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진으로만 봐도 엄청난데 실제로 눈앞에서 보면 얼마나 거대할지, 벌써부터 설렙니다.
---

2.
초크 묻은 맨손으로 차갑고 거친 바위를 붙잡고 한 발 한 발 올라갈 때의 감각은 어떤가요?
장갑도 없이 자연과 직접 맞닿는 그 순간, 바위가 당신에게 전해주는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지 들려주세요.**
바위는 정말 감정 기복이 심한 존재 같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어떤 날은 손끝이 시릴 정도로 차갑고, 어떤 날은 습기를 머금어서 미끄럽고, 또 어떤 날은 햇빛을 잔뜩 받아 뜨겁게 달궈져 있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점이 자연 암벽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코스를 오르더라도 매번 완전히 같은 등반은 존재하지 않거든요.
그날의 온도와 습도, 햇빛과 바람에 따라 바위의 마찰도 달라지고, 클라이머가 느끼는 감각도 계속 변합니다.
실내 암장처럼 늘 일정한 환경이 아니라, 자연이 매 순간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는 점이 재미있어요.
그래서 바위를 단순한 '장애물'이라기보다, 그날그날 다른 상태로 대화해오는 존재처럼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

3.
멀티피치를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하게 떨어지는 순간도 있을 텐데, 그 경험이 어떠셨나요?
로프와 파트너를 믿고 다시 올라붙게 만드는 힘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경험이 일상에서 두려움을 대하는 방식도 바꿔 놓았는지 궁금해요.**
등반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결국 장비와 파트너에 대한 신뢰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장비와 파트너를 무조건 신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시에 장비의 파손이나 파트너의 실수 또한 결국 제 책임이라는 생각으로 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오를 사람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고,
사용하는 장비 역시 단순히 갖추는 수준이 아니라 관리 상태와 사용법까지 모두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익스트림 스포츠를 오래 하다 보면 죽음이라는 존재를 직간접적으로 가까이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추락의 위험이나 자연환경 속 변수들을 마주하면서, 삶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감각을 자주 느끼게 되거든요.
오히려 그런 경험들이 일상 속에서 느끼는 여러 스트레스의 기준 자체를 바꿔준 것 같습니다.
인간관계나 직업에서 오는 힘든 일들도 예전보다 훨씬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됐고,
전반적으로 삶의 역치가 높아졌다고 느껴요. 그래서인지 하루하루를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고, 일상적인 스트레스도 크게 느끼지 않는 편입니다.
---

4.
벽 중간에 매달려 숨을 고르며 아래를 내려다볼 때, 두 발로 서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그 높이에서의 풍경은 어떤가요?
그 순간 자연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느끼는지, 그리고 어떤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는지 들려주세요.**
벽 중간에 매달려서 바라보는 풍경은 정말 끝내줍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실제 등반 중에는 힘들기도 하고,
당장 눈앞의 무브와 확보에 집중해야 해서 풍경이 크게 들어오지 않을 때가 더 많아요.
그럼에도 가끔 정신이 환기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문득 내가 거대한 대자연 한가운데 붙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될 때요.
그 순간에는 제 자신도 결국 자연의 아주 작은 일부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위에 붙어서 살아가는 작은 개미나, 바위 틈 사이에서 자라는 소나무나, 그걸 오르고 있는 저 자신이나
결국 모두 같은 자연 안의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그런 물아일체에 가까운 감각이야말로 산악 활동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물론 너무 힘들 때는 그런 철학적인 생각보다 '빨리 내려가서 맛있는 거 먹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질 때도 있습니다. 하하.
---

5. 언젠가 꼭 도전해보고 싶은 꿈의 바위가 있다면 어떤 곳인가요?
어떤 풍경 속에서, 어떤 계절에 그 바위를 만나고 싶은지, 그리고 그곳에서 자연과 어떤 대화를 나누고 싶은지 이야기해주세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 가장 큰 목표는 미국 요세미티의 엘 캐피탄, 그중에서도 노즈(The Nose) 루트를 오르는 것입니다.
약 90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암벽인 만큼 제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가 될 것 같아요.
아직은 상상만으로도 압도되지만, 동시에 굉장히 설레는 목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더 멀리 바라보는 평생의 목표는 알프스 3대 북벽을 등정해보는 것입니다.
등반을 계속하다 보니 결국 저를 끌어당기는 건 더 거대하고, 더 어렵고, 더 낯선 벽들인 것 같아요.
조금씩 더 어려운 벽들을 만나면서 매번 제 자신의 한계를 부숴보고 싶습니다.
단순히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도,
그 과정 속에서 스스로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경험하는 일이 저에게는 더 큰 의미로 남는 것 같습니다.
EDITOR : 김민중
GOZNERS INTERVIEW #002, 1 MAY 2026
@p_ashan1
**자연과 교감하는 멀티피치 클라이머 박지민**
로프 하나에 의지해 거대한 자연 암벽을 오르는 멀티피치 클라이밍. 어쩌면 인간이 자연과 가장 가까이서 몸을 맞대고 대화하는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매끈한 인공 홀드 대신 수억 년의 시간이 빚어낸 바위의 거친 결을 손끝으로 읽어내며,
온몸으로 수직의 세계를 경험하는 클라이머 박지민님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
1.
처음 실내 암장이 아닌 진짜 자연 바위 앞에 섰을 때 어떤 감정이었나요?
색깔 있는 홀드 대신 거친 바위의 결을 스스로 읽어내야 할 때, 그 압도적인 자연 앞에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해요.
첫 멀티피치 등반은 2023년 인수봉 인수 B코스였습니다. 당시 처음 마주한 인수봉은 정말 거대하게 느껴졌어요.
단순히 실제 크기 때문이라기보다, 처음 자연 암벽에 들어섰을 때의 긴장감과 두려움 같은 심리적인 요소가 더해져서
바위가 저를 압도하는 느낌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3년 정도가 지난 지금 다시 인수봉을 바라보면, 예전만큼 거대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제가 조금씩 경험을 쌓고 성장했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죠.
그래서 지금의 목표는 미국 요세미티의 엘 캐피탄입니다.
처음 인수봉을 마주했을 때처럼, 또 한 번 압도당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진으로만 봐도 엄청난데 실제로 눈앞에서 보면 얼마나 거대할지, 벌써부터 설렙니다.
---
2.
초크 묻은 맨손으로 차갑고 거친 바위를 붙잡고 한 발 한 발 올라갈 때의 감각은 어떤가요?
장갑도 없이 자연과 직접 맞닿는 그 순간, 바위가 당신에게 전해주는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지 들려주세요.**
바위는 정말 감정 기복이 심한 존재 같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어떤 날은 손끝이 시릴 정도로 차갑고, 어떤 날은 습기를 머금어서 미끄럽고, 또 어떤 날은 햇빛을 잔뜩 받아 뜨겁게 달궈져 있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점이 자연 암벽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코스를 오르더라도 매번 완전히 같은 등반은 존재하지 않거든요.
그날의 온도와 습도, 햇빛과 바람에 따라 바위의 마찰도 달라지고, 클라이머가 느끼는 감각도 계속 변합니다.
실내 암장처럼 늘 일정한 환경이 아니라, 자연이 매 순간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는 점이 재미있어요.
그래서 바위를 단순한 '장애물'이라기보다, 그날그날 다른 상태로 대화해오는 존재처럼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
3.
멀티피치를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하게 떨어지는 순간도 있을 텐데, 그 경험이 어떠셨나요?
로프와 파트너를 믿고 다시 올라붙게 만드는 힘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경험이 일상에서 두려움을 대하는 방식도 바꿔 놓았는지 궁금해요.**
등반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결국 장비와 파트너에 대한 신뢰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장비와 파트너를 무조건 신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시에 장비의 파손이나 파트너의 실수 또한 결국 제 책임이라는 생각으로 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오를 사람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고,
사용하는 장비 역시 단순히 갖추는 수준이 아니라 관리 상태와 사용법까지 모두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익스트림 스포츠를 오래 하다 보면 죽음이라는 존재를 직간접적으로 가까이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추락의 위험이나 자연환경 속 변수들을 마주하면서, 삶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감각을 자주 느끼게 되거든요.
오히려 그런 경험들이 일상 속에서 느끼는 여러 스트레스의 기준 자체를 바꿔준 것 같습니다.
인간관계나 직업에서 오는 힘든 일들도 예전보다 훨씬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됐고,
전반적으로 삶의 역치가 높아졌다고 느껴요. 그래서인지 하루하루를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고, 일상적인 스트레스도 크게 느끼지 않는 편입니다.
---
4.
벽 중간에 매달려 숨을 고르며 아래를 내려다볼 때, 두 발로 서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그 높이에서의 풍경은 어떤가요?
그 순간 자연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느끼는지, 그리고 어떤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는지 들려주세요.**
벽 중간에 매달려서 바라보는 풍경은 정말 끝내줍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실제 등반 중에는 힘들기도 하고,
당장 눈앞의 무브와 확보에 집중해야 해서 풍경이 크게 들어오지 않을 때가 더 많아요.
그럼에도 가끔 정신이 환기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문득 내가 거대한 대자연 한가운데 붙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될 때요.
그 순간에는 제 자신도 결국 자연의 아주 작은 일부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위에 붙어서 살아가는 작은 개미나, 바위 틈 사이에서 자라는 소나무나, 그걸 오르고 있는 저 자신이나
결국 모두 같은 자연 안의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그런 물아일체에 가까운 감각이야말로 산악 활동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물론 너무 힘들 때는 그런 철학적인 생각보다 '빨리 내려가서 맛있는 거 먹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질 때도 있습니다. 하하.
---
5. 언젠가 꼭 도전해보고 싶은 꿈의 바위가 있다면 어떤 곳인가요?
어떤 풍경 속에서, 어떤 계절에 그 바위를 만나고 싶은지, 그리고 그곳에서 자연과 어떤 대화를 나누고 싶은지 이야기해주세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 가장 큰 목표는 미국 요세미티의 엘 캐피탄, 그중에서도 노즈(The Nose) 루트를 오르는 것입니다.
약 90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암벽인 만큼 제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가 될 것 같아요.
아직은 상상만으로도 압도되지만, 동시에 굉장히 설레는 목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더 멀리 바라보는 평생의 목표는 알프스 3대 북벽을 등정해보는 것입니다.
등반을 계속하다 보니 결국 저를 끌어당기는 건 더 거대하고, 더 어렵고, 더 낯선 벽들인 것 같아요.
조금씩 더 어려운 벽들을 만나면서 매번 제 자신의 한계를 부숴보고 싶습니다.
단순히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도,
그 과정 속에서 스스로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경험하는 일이 저에게는 더 큰 의미로 남는 것 같습니다.
EDITOR : 김민중